줄거리

정인은 연인을 프랑스로 떠나 보내기 전날 식중독에 걸려 공항으로 배웅 나가지 못한다. 자신을 믿지 말라는 연인의 편지와 함께 응급실에 홀로 남겨진 정인. 영화는 지리한 20대 후반의 시간을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와 변함없는 이상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가는 청춘의 성장통을 다룬다. 부산의 아름다운 장소들을 올 로케이션으로 담아낸 작품. 선배의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감독지망생 정인은 사귀던 여자친구를 프랑스로 떠나보내고, 불면의 밤들을 보낸다. 연출을 맡은 선배는 영화를 놓고 갈등을 거듭하면서 정인에게 부담만을 안겨주다가 미국으로 떠나버린다. 열차에서 우연히 만난 후배와의 사랑은 더디게만 진행될 뿐이다. 영화는 마음 속엔 열정으로 가득차 있지만, 그것을 맘껏 풀어헤치지 못하고 서성이는 청춘군상들의 표정을 세심하게 담아낸다. 주인공들은 떠나간 사랑을 잊지 못하고, 정작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사랑엔 쉽게 고백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기만 한다. 갈등과 방황 속에서 맴돌고 있는 정인을 비롯한 주인공들의 행동은 답답해 보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쉽게 이루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고뇌와 방황은 호들갑스럽지 않게 차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때론 덧없는 그들의 방황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지만, 왜 그들은 자신의 열정과 사랑 그리고 불꽃을 발산하지 못하고 마음 속에만 담아두고 있을까? 영화를 보면서 드는 의문은 지워지지 않는다. 다만 등장인물들의 차분한 연기를 통해 터질 듯한 무엇을 감추고 있는 청춘들의 내면을 짐작할 수 있으며, 한치의 미래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청춘들의 지리멸렬함에 공감할 수 있다. 는 비록 불꽃을 감추고 있기에 젊음의 방황이 답답하지만 아름답게 느껴지는 영화이다. (전주국제영화제 – 조영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