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연출의 변. “은 주제에서 전작들과 일맥상통한다. 어느 순간 어떤 사람이 이유 없이 증발한다. 그 공간이 라다크이고 어떤 사람이 이 사람의 증발에 대해 집착을 보이고 찾아 나선다. 그 사람을 만날 수도, 만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영화는 그런 과정을 바라보고 여행하는 사람과 그 사람이 보는 풍경, 특히 고원의 정경을 그려낸다.” -씨네 21 인터뷰 중에서 영화제 소개글. 홀연히 사라진 한 여인으로부터 K는 “가장 가까웠던 사람에게 가장 잔인했던 나를 용서하지 않길 바란다”는 엽서 한 통을 받는다. K는 그녀와의 기억의 장소인 히말라야 고원의 한 마을 라다크로 여행을 떠나고, 그 곳에서 심한 고산병의 고통에 시달린다. 여인은 왜 사라졌을까, 왜 남자는 그녀를 찾아 나선 것일까? 은 이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으면서 그저 묵묵히 K가 바라보는 풍경과 그가 겪는 여행의 체험을 기록한다. 단순한 여행 다큐멘터리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K를 따라가는 여정은 토악질과 어지럼증을 동반하는 인간내면으로의 고통스런 탐구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카메라는 K가 자동차에서 내려 고통 속에서 토악질을 한 후 사막과도 같은 풍경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차를 타고 떠나는 장면을 묵묵히, 혹은 아주 냉정하게 보여준다. 영화에서 주인공 K를 연기한 사람은 바로 감독 자신. 그는 픽션의 여행에서 자신이 예전에 이 곳을 찾았을 때 실제 찍었던 과거의 사진을 주민들에게 나눠주며 스스로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허문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시간이 여전히 지속하면서 동시에 변화하고 있음을 엿보게 하며 그의 데뷔작 를 떠올리게 한다. 감독은 “지금 우리 마음은 사막처럼 황량하지만 이 여행이 끝날 때쯤 짙푸른 녹음이 우거진 오아시스를 만나게 될 거다”라 말한다.(김성욱)